"현실 세계의 윤리 의식 함양이 우선돼야..."

Q. 우리나라 사이버 공간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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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게시판이 발달했다는 점입니다. 외국의 경우 게시판이 열려 있는 사이트는 극히 드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사이트에 게시판이 열려 있지요. 때문에 우리의 인터넷 게시판은 남녀노소가 한 곳에 어우러지는 광장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우리나라는 서양과 달리 오랫동안 철저히 ‘닫힌 구조’의 사회를 유지해 왔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남에게 드러내는 것을 꺼리고 심지어 금기시 하다시피 했고, 무엇인가를 표출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가 점차 쌓여갔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인터넷이 발달하고 사이버 공간이 나타나면서 인터넷 게시판은 다양한 의견의 분출구가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쉬운 방법으로 본인의 의견을 공표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인터넷 게시판이기 때문입니다.

Q. 그렇다면 지금의 댓글 문화는 인터넷 게시판 문화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게시판 안에서 토론이 붙고, 댓글이 붙는 자유게시판 형태에서 우리의 인터넷 환경은 일대 전환을 맞습니다. ‘포털’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이지요. 다양한 인터넷 언론이나 매체들이 등장함에 따라 게시판이라는 ‘빈 공간’에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던 사람들은 각종 포털에 올라온 기사나 게시물에 자신의 의견을 댓글로 표현하게 됩니다. 초창기 사이버 공간이 네티즌이 독자적으로 글을 올리던 시기였다면, 현재는 주어진 정보에 대한 반응하는 즉자적인 형태의 글쓰기가 발달한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Q. 댓글 문화의 순기능과 역기능은 무엇입니까?

댓글 문화는 ‘숙의 민주주의 확산’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인터넷이 개인의 견해를 가장 손쉽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면서, 우리 사회는 다수 대 다수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습니다. 흔히 ‘공론장’이라 표현을 하는데, 학자들 사이에서는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오프라인 세계의 공론장이 사라졌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공론장이 부활했지요. 댓글을 통해 사회적 이슈가 공론화되면서,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의논’하는 숙의 민주주의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반대로 댓글 문화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악성 댓글입니다. 악성 댓글의 내용은 크게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과 사생활(프라이버시) 침해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폭언이나 욕설 등 각종 인신공격성 댓글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면, 소속된 학교나 직장 등 개인의 신상정보가 여과 없이 노출되는 것은 사생활 침해의 범주에 속합니다. 특히 사생활 침해의 경우, 개인정보가 노출된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피해가 확산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합니다. 명예훼손과 사생활 침해, 이 두 가지가 여론재판, 우리가 흔히 마녀사냥이라고 표현하는 사이버 폭력의 형태로 이어지는 것이 댓글 문화의 가장 심각한 폐해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Q. 얼마 전 정보통신부에서 오는 7월부터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악성 댓글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십니까?

사건화 됐던 대다수의 악성 댓글 사례가 실명 공간에서 실명의 댓글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의 개그우면 김형은 씨 악성 댓글 사건도 완벽한 실명으로 운영되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시작됐습니다. 또한 작년 조선닷컴에서 시작된 임수경 씨 악성 댓글 사건, MBC <PD수첩> 게시판의 황우석 지지자들의 사이버 테러에 가까운 집단행동 모두 실명으로 운영되는 사이트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미 자율적으로 실명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사이트에서 악성 댓글 문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실명제의 큰 효과는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악성 댓글에 대한 해결책은 없을까요?

먼저 사이트 운영자가 게시판 운영에 개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양질의 공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의 적극적인 관리와 개입이 우선돼야 합니다. 지금처럼 게시판 수가 많은 환경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의미한 게시판은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대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의견을 제시할 만한 주제에 대해서는 게시판을 공개하고 운영자가 함께 참여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공론장이 분산되는 것입니다. 예전의 인터넷 게시판은 사이트의 성격에 따라 활동하는 네티즌이 분리되어 있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각 사이트의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수행하는 네티즌을 중심으로 글이 올라오고, 나머지 사람들이 의견을 주고받는 형태였지요. 물론 이 때도 악성 댓글은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악플러는 소수자로 몰려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지요. 자율정화가 가능했던 겁니다. 그러나 포털이 독점하다시피 한 요즘의 사이버 공간에서는 자율적 정화가 불가능합니다. 악성 댓글이 넘쳐나지만, 달리 의견을 교환할 공간이 없는 네티즌들은 어쩔 수 없이 포털로 모일 수밖에 없는 거죠. 공론장의 분산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때문에 최근 블로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는 것은, 공론장의 분산이라는 측면에서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많은 네티즌들이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자기 집 담벼락에 낙서 할 사람은 없지요. 또 악성 댓글이 달린다 해도 앞서 말했듯이 운영자의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악성 댓글이 집중될 위험이 없습니다. 블로그의 형태로 매체들이 분산되면 자연스럽게 악성 댓글도 분산됩니다. 블로그 영역이 점차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악성 댓글이 기존처럼 대단한 전파력이나 영향력을 갖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Q.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인터넷 공간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흔히 인터넷 윤리, 규범, 문화가 나빠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결국 인터넷은 현실의 반영입니다. 현실 세계에서 현대인들의 윤리 의식이 약해지고, 공격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인터넷 공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현실의 문제점을 간과한 채 인터넷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는 발상은 옳지 않습니다. 현실을 외면하고, 현실 세계의 문제가 치료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사이버 공간을 법으로 규제하고, 시스템적으로 제어해도 근본적인 해결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저 미봉책에 불과하지요. 현실 세계에서의 규범을 유지하고, 올바른 윤리 교육을 실시하고, 또 청소년들이 적극적으로 윤리 의식을 함양해야 합니다.

(월간 틴뉴스, 2007.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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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재딘 2007년 02월 23일 08시 47분

    끄응. 맨 마지막 질문 빼고는
    교수님께서 전부터 계속 블로그에 올리셨던 내용이네요.
    기자가 인터뷰 준비할 때 뒷조사(?)를 좀 소홀히 한 듯 합니다.
    이왕 틴뉴스에서 나왔으면 청소년 인터넷 중독이나 초딩댓글문화에 대해 더 파고들어야지
    댓글 일반론을 펼치게 하면 어쩌란 말인건지;;(투덜투덜)

    그나저나 틴뉴스, 고등학생들이 논술대비용으로 많이 보는 잡지라던데,
    앞으로 대입논술 주제로 '댓글문화'가 나오면
    교수님 성함과 함께 글 내용중 일부가 큰따옴표로 적히겠군요ㅎㅎ

    • 민경배 2007년 02월 23일 09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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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고딩들에겐 유명한 잡지였군요.
      사실 기자에게 내용 자문해 주는건줄 알았지
      이렇게 인터뷰 기사로 버젓이 나올줄은 몰랐어요.

  2. Prime's 2007년 02월 24일 21시 14분

    적극적인 운영자의 개입까지는 좋겠는데.
    혹시나!
    그 게시판의 성격이 운영자의 사적인 입장이나.
    혹은 운영자의 의견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그런 경우가 생기지 않을까 합니다.
    운영자는 신에 가까운 능력을 가졌기에.
    운영자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차단하는..
    그런 경우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포스트 감사히 봤습니다^^

    • 민경배 2007년 02월 25일 00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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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극적인 개입의 의미는
      적극적인 삭제가 아니라
      적극적인 토론의 조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