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대선과 새로운 미디어 환경
글/디지털타임즈
2007년 01월 04일 09시 24분
2007년 새해가 밝았다. 올 한해 가장 큰 국가적 이슈는 역시 대통령 선거가 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한국에서 역대 대통령 선거 결과는 항상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직선제가 부활되고 처음 치러졌던 1987년 제13대 대선 당시에는 ‘정치 광고’라는 개념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등장했고, 선거 홍보물에 세련된 광고 마케팅 기법을 도입했던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최후의 승자였다.
1992년 제14대 대선은 민자당 김영삼 후보의 승리임과 동시에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종이 신문의 승리이기도 했다. 국내 미디어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던 조중동이라는 보수 언론의 정치적 태도가 곧 여론의 흐름을 좌우했으며, 결국 김영삼 후보의 당선에 조중동의 전폭적인 지원이 큰 몫을 차지했다.
그러나 1997년 제15대 대선에서 지상파 방송 3사가 주관하는 대선 후보 TV 토론이 도입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유권자들은 신문을 매개하지 않고 TV 브라운관을 통해 전달되는 대선 후보들의 토론 장면을 직접 시청하면서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보다 주체적인 태도를 형성해 나갔다. TV 토론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의 당선은 곧 선거 과정에서 미디어의 영향력이 신문에서 방송으로 급격히 옮겨갔음을 말해주었다.
한편 지난 2002년 치러진 제16대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어낸 일등 공신으로는 단연 인터넷을 꼽는다. 인터넷 선거 활용의 정수를 보여준 ‘노하우’ 홈페이지를 비롯해서, 최초의 정치인 팬클럽 ‘노사모’ 그리고 ‘서프라이즈’ 등 정치 웹진을 무대로 넷피니언 리더로서의 지위를 획득한 많은 네티즌 논객의 활약상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은 제16대 대선을 주도했던 가장 핵심적인 미디어로 급부상했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유권자들은 수동적인 신문 구독자와 TV 시청자를 넘어 적극적이고 참여하고 능동적으로 실천하는 행동가로 나섰다.
이처럼 승리의 여신은 늘 당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를 장악한 후보의 손을 들어 주었다. 따라서 올해 치러질 제17대 대선에서는 미디어 환경이 또 어떻게 바뀔 것인지 그리고 어떤 미디어가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아직까지는 인터넷을 대체할 새로운 거대 미디어가 등장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번 대선 역시 인터넷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특히 인터넷 이용자층이 한층 넓어졌으며, 인터넷의 미디어 영향력도 훨씬 더 강화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지난 2006년 제16대 대선보다도 인터넷의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다.
2002년 e-폴리틱스의 역동성과 폭발력에 깜짝 놀랐던 정치권에서는 그후 뒤늦게 인터넷 정치에 눈을 뜨고 네티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사이버 전략의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2002년에서 더 이상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치인 팬클럽을 조직하고, 이메일로 뉴스레터를 발송하고, 인터넷 언론에 정치 칼럼을 게재하고, 게시판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는 것들은 2002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기껏해야 홈페이지가 블로그와 미니홈피로 대체되었다는 정도가 유일한 변화일 뿐이다. 즉 그동안 정치권에서 e-폴리틱스에 쏟았던 노력이란 결국 ‘2002년의 노무현 따라잡기’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인터넷은 이미 2002년의 인터넷이 아니다. 포털로의 집중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블로그와 미니홈피 등 개인 미디어가 널리 확장되고 있다. 웹2.0과 UCC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인터넷 공간을 휩쓸고, 텍스트보다는 동영상 콘텐츠가 위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휴대전화와 디카 등 모바일 미디어의 보급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이다. 미디어 환경이 이렇게 급변했는데 여전히 2002년 방식에나 유효했던 낡은 전략에만 머물러 있다면 결코 차기 대선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제대로 읽고, 그에 따른 효과적인 사이버 전략을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가 곧 차기 대선의 향방을 가르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디지털타임즈, 2007.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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