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이 된 국회의사당
글/디지털타임즈
2006년 11월 27일 09시 19분
예전에 한 대기업에서 겨울 방학 동안 직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사이버문화 강좌에 특강을 나간 적이 있었다. 난생 처음 초등학생들을 놓고 해보는 강의라서 이래저래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강의실에 들어간 순간 눈앞이 아찔해졌다. 수 십대의 컴퓨터가 칸칸이 자리 잡고 있는 컴퓨터실이 강의실로 배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상당수의 아이들이 자기 앞에 놓여진 컴퓨터 화면을 통해 게임이나 채팅에 몰두하고 있는 중이었다. 컴퓨터를 갖고 실습을 할 것도 아닌데 애초에 컴퓨터실을 배정할 이유가 없었던 강의였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눈앞에 놓여있는 컴퓨터란 장난감을 가만 놔둔 채 따분하게 강의나 듣고 앉아 있을 리가 만무했다.
지도 교사에게 “컴퓨터가 강의에 방해가 될 것 같다”고 말을 했더니 “제가 뒤에서 감시하고 있을 것이니 염려하지 마십시오”라는 대답을 들었다. 지도 교사가 뒤에서 눈을 부라리며 아이들을 감시하러 돌아다니고, 아이들은 눈앞에 놓여있는 컴퓨터를 만지고 싶은 마음에 온 신경을 딴 데 팔고 있으니 강의가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간신히 주어진 한 시간 강의를 마치고 나니 한겨울인데도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송이 맺혀 있었다.
요즘 인터넷에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컴퓨터 화면에 몰두하고 있는 의원들의 뒷모습 사진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지난해 9월 83억의 예산을 들여 299개 전 의석에 컴퓨터를 장치한 전자 국회가 본격 가동된 이후부터 나타난 새로운 풍경이다. 국회의원들은 이 컴퓨터를 통해 법안, 예결산안 등 모든 안건을 열람할 수 있으며, 회의 중에 컴퓨터를 통한 문서 작성이나 인터넷 정보 검색, 메시지의 송수신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전자투표로 의결된 법안이 디지털 전송 시스템을 통해 처리되는 등 선진 전자 국회로서의 위용을 자랑할 수 있는 완벽한 인프라를 구축해 놓았다. 본회의장에 노트북 반입조차 금지되었던 지난 16대 국회에 비하면 가히 놀라운 변화라 하겠다.
그런데 인터넷에 올라오는 의원들의 뒷모습 사진을 보면 도대체 여기가 전자 국회인지 아니면 동네 PC방인지 분간을 못할 지경이다. 본회의 시간에 엉뚱하게 여자 연예인 사진을 띄워 놓고 몸매 감상을 하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쇼핑몰 사이트에 들어가 열심히 물건을 고르는 의원도 있었다.
그중에는 자기 홈페이지 관리를 열심히 하는 의원의 사진도 있었는데, 그걸 꼭 본회의 시간에 해야만 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어떤 의원은 미모의 당구 선수 자넷 리의 사진을 보며 자기 가슴 부위에 손을 얹고 묘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는 바람에 네티즌들로부터 호된 질타와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막대한 예산으로 구축한 전자 국회 시스템을 갖고 이런 엉뚱한 짓이나 하고 앉아 있는 의원들의 사진을 보면 예전에 PC실에서 만났던 그 철부지 초등학생들이 떠오르곤 한다. 아이들이야 애초에 유혹이 가득 찬 컴퓨터실을 강의실로 배정했던 어른들을 탓해야겠지만, 이렇게 딴 짓 하는 국회의원들은 누굴 탓해야 할까? 물론 이런 국회의원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믿고 싶다. 대다수 국회의원들은 컴퓨터를 통해 열심히 본회의에 전념하고 있으리라 믿고 싶은 것이 국민의 간절한 심정이다. 하지만 비록 소수라 할지라도 PC방으로 전락해버린 전자 국회는 우리 정치의 또 다른 부끄러운 자화상임에 틀림없다.
요즘 상당수 기업들은 근무 시간에 직원들이 인터넷으로 딴 짓 하는 것을 막기 위해 특정 사이트로의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 어쩌면 국회에서도 이런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컴퓨터실의 초등학생들이 딴 짓 할까봐 뒤에서 감시하는 지도 교사가 있었듯, 본회의장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며 딴 짓 하는 의원님들의 뒤에는 늘 네티즌들의 따가운 시선이 도사리고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명색이 이 나라의 국회의원이라는 분들이 철부지 초등학생들과 똑같은 취급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디지털타임즈, 2006.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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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쿠스 회원님의 상기 포스트가 미디어몹 메인에 링크되어 있습니다
오랜만에 미디어몹 메인에 포스팅을..^^
진짜 웃기는 짬뽕이군요~ 불행히도 등쳐먹고 뒷돈 처먹는 거야 오랜 역사를 가진 일이지만, 저렇게 국민 세금 받아먹고 온갖 권력을 휘두르는 자들이 하는 행태란... 정말 새롭기 짝이 없습니다.
앞으론 이용 요금이라도 받게 하면 어떨까요...^^
ㅋㅋㅋㅋ 이거 정말 비극인데.. 왜 이렇게 웃기지요. ㅜㅜ
의원들이 아주 인간적이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