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유령이 지금 인터넷 게시판을 배회하고 있다. 댓글 알바라는 유령이. 정당과 대기업, 각종 이익단체 등 모든 집단들이 이 유령을 활용하기 위해 신성 동맹을 맺었다. 네티즌들로부터 댓글 알바라는 비난을 받아 보지 않은 악플러가 어디 있는가? 또한 그 댓글 알바라는 비난의 낙인을 오히려 자기의 비판자들에게 덮어씌워보지 않은 알바들이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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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알바는 자신의 신분과 소속을 알리는 것을 꺼려한다. 댓글 알바는 자신의 목적이 현존하는 모든 여론을 댓글로 호도함으로써만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을 공공연히 선언한다. 모든 네티즌들을 댓글 게시판 앞에서 짜증나게 하라. 댓글 알바가 잃을 것이라고는 신뢰밖에 없으며 얻을 것은 온 게시판 공간에 난무한 댓글 도배이다. 전 인터넷의 댓글 알바여, 단결하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을 패러디해 ‘댓글 알바 선언’을 작성해 보았다. 애초에 마르크스가 공산당을 ‘유령’이라 표현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하나는 공산당이 이 선언문의 작성 이전까지 자신의 실체와 목적을 공개적으로 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또 하나는 공산당이 유럽의 모든 세력들에게 공포와 경계의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마찬가지로 이 글에서 댓글 알바를 ‘유령’이라 표현한 것도 그들이 익명의 베일 뒤에 숨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동시에 건전한 게시판 여론 형성을 훼손하는 경계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은 없는, 그래서 여전히 뚜렷한 실체는 확인되지 않은 채 늘 갖가지 설왕설래만 불러일으키는 인터넷 공간의 유령과도 같은 존재가 바로 게시판 댓글 알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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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댓글 알바가 활동했던 흔적은 여러 곳에서 발견되어 왔다. 특히 정치권을 둘러싼 댓글 알바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몇 해 전에는 비슷한 내용의 여러 댓글들이 동일한 IP 주소로부터 올라와 추적해 보니 특정 정당의 사무실로부터 전송된 것임이 드러나 알바 논란을 빚은 적이 있었다. 또 지난해에는 같은 정당의 유력 대권 후보자 팬클럽들이 각종 포털 사이트와 언론사, 시민사회 단체, 정당 및 공공기관 사이트의 게시판을 대상으로 사이버 전사대 108개조를 편성하여 활동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선거철만 가까워 오면 정치권에서 댓글 알바 논란은 한층 뜨겁게 달아오른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라이브 폴(즉석 투표) 순위가 하룻밤 사이에 확 뒤집어지는 일이 선거철이면 심심찮게 벌어진다.

대기업들도 종종 댓글 알바를 고용했다는 혐의를 받곤 한다. 자사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입소문 마케팅을 벌이거나 혹은 소비자들의 안티 사이트에 들어가 흔한 말로 ‘물타기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목적이다. 또 각종 이익단체들도 조직적인 게시판 댓글 플레이를 전개하곤 한다. 한 명이 시민기자 자격으로 인터넷 신문에 자신들의 주장을 강변하는 내용의 기사를 올리면 다른 사람들이 일제히 이에 동조하는 댓글을 달아 의도했던 방향으로 여론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지난 3월 중앙일보가 네이버의 자료를 분석해 보도한 탐사기사에 따르면 한달 평균 70건 이상의 댓글을 올리는 ‘수퍼 댓글족’ 1만1878명이 전체 댓글 437만3306건 중 절반이 넘는 221만2813건(50.6%)을 작성했다고 한다. 이들 중에는 월 평균 1,000건 이상의 댓글을 올리는 ‘울트라 댓글족’도 137명이나 있었고, 심지어 한 달 동안 혼자 7,000건이 넘는 댓글을 올린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물론 댓글을 많이 올린다고 해서 무조건 댓글 알바라고 몰아 부칠 일은 아니다. 하지만 흔히 시민들의 보편적 여론을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간주되는 댓글 게시판이 알고 보면 특정한 목적을 가진 소수의 열성 댓글족들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엄연한 사실인 것 같다. 게시판에 횡행하는 댓글 알바는 시민들의 여론을 호도하며 네티즌들 사이에 불신감을 조장한다. 그래서 그들은 건강한 공론장 형성에 치명적인 걸림돌이다.

최근 한 네티즌이 댓글 알바 찾기 이벤트 사이트(www.iamalba.com(새 창으로 열기))를 개설했다. 자신이 댓글 알바였음을 처음으로 고백하는 사람에게 새 알바 구하기 지원금을 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 댓글 알바의 폐해에 공감하는 많은 네티즌들이 온라인 송금으로 한푼 두푼 지원금을 모아주고 있다고 한다. 댓글 알바를 겨냥한 사회적 눈총이 점점 따가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아무리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해도 댓글 알바 하는 분들은 웬만하면 다른 일거리 찾아보길 바란다. 댓글 알바보다 생산적이고 떳떳한 알바 자리는 그래도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그 좋은 청춘을 유령으로 살아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따뜻한 디지털 세상, 2006.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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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ipio 2006년 11월 22일 13시 00분

    소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따뜻한 디지털 세상' 12월호는 아직 인터넷으로 볼 수 없나보네요.

    • 민경배 2006년 11월 22일 14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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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12월달에 나올겁니다.
      제 블로그에는 좀 미리 포스팅 한거죠.